 선비들의 지혜를 찾아-박지원의 옥갑야화(玉匣夜話) 1 <늘푸른나무/선비들의 지혜를 찾아/2016년 7월>
박지원의 옥갑야화(玉匣夜話) 1
「옥갑야화」는 연암일행이 연경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옥갑이라는 곳에 머물며 비장들과 밤새 이야기한 내용이다. 역관과 무역에 관한 것이 주 화제 이다.,
나는 여행다가 옥갑에 이르러서 먗 사람을 데리고 밤새도록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연경(燕京)의 옛풍속이 순후하여 우리나라에서 간 역관도 능히 만금(萬金)의 돈이라도 빌어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가 사기로서 능사를 삼고, 그러한 사건 후의 잘못은 으례 우리 편에 발단이 있었다고 한다.
30년 전의 일이다. 한 역관이 연경에 가서 돈도 없이 머무르고 있는 동안 하루는 여관집 주인을 보고 갑자기 울었다. 그 주인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연유를 물었다. 그 역관은 강을 건너다가 돈을 몽땅 분실했다고 하면서, “이제 공수로 돌아간들 살 수가 없으니 차라리 돌아가지 않는 것이낫다”고 하고 칼을 빼가지고 자살하려고 했다.
주인은 깜짝 놀라 그의 손에서 칼을 뺏고 그 돈이 얼마냐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뜸 3천 량이라고 하였다.
주인이 위로하면서 말하기를 “대장부는 자기의 몸이 귀한 것이지 그까짓 돈은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죽으면 장차 당신의 처자는 어떻게 할생각이냐? 내가 만금을 대여하겠으니 5년 동안 그 돈을 이용하다가 만금의 이윤을 얻으면 그때에 본금(本金)만 갚으라”고 하였다.
역관은 뜻밖에 만금의 돈이 생겼다. 그는 그 돈으로 크게 무역을 시작했다. 실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를 신재(神財)라고 일컬었다. 5년 동안에 거부가 되었다. 그는 역관생활을 그만두고 다시는 연경에 들어가지 않았다.
소식없이 몇 해가 흘렀다. 자기의 친구 한 사람이 역관으로 연경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이 역관에게 부탁을 했다. “그대가 연경에 가서 모주(某主-연경에 있을 때 묵었던 여관주인)를 만나거든 그가 필시 내 안부를 물을 터이니 우리 가족이 전염병으로 죽었다고 얘기해 주게나.” 하였다. 역관은 거짓말을 하기가 매우 난처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자네가 가서 내 말대로만 하고 오면 내가 백금(百金)의 돈을 주겠네” 하였다.
역관은 연경에 들어갔다. 자기 친구가 얘기하던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문득 이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역관은 자기 친구의 부탁대로 병으로 다 죽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얼굴을 가리고 대성통곡하여 눈물이 비가 쏟아지는 듯 했다. 그러먄서 하는 말이 “천주시여1, 천주시여! 어치 화를 선인의 가정에 내려 저처럼 처참하게 만들었는가?”하고 그는 백금의 돈을 내주면서 당신이 귀국해 돌아가거든? 나를 위하여 50금으로는 패물을 사서 존을 드리고 남은 50금으로는 그의 명복을 빌어 다라”고 하였다.
이 역관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것짓말을 해 놓은 것, 그 돈을 받아가지고 돌아왔다. 자기 친구를 찾았다. 어이된 일인가?
그는 실지로 전염병에 걸려 가족이 몰사했다. 그의 말대로 되고 말았다. 역관은 크게 놀랐다. 그는 받은 돈으로 부탁한 대로 친구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다시 “중국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날 면목이 없다”하고 연경의 걸음을 끊었다. ?
박지원의 <燕巖集(연암집)>에서
*연암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이자 사상가, 외교관, 소설가이다. 1765년 처음 과거에 응시하였다가 낙방했으며, 이후 과거를 단념하고 학문 연구와 저술에 전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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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