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마당/2012년 2월>

바보 온달

미천한 출신인 바보 온달이 고구려 평강왕의 공주와 결혼하여 후에 고구려의 장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이 자료의 원문은 김부식이 1145년에 편찬한 <삼국사기> 권 45에 있다. <서대석 편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에서)

온달은 고구려 평강왕 때의 사람이다. 모습이 꾀재재하지만, 마음씨는 밝았다. 집이 몹시 가난해 늘 걸식해서 어머니를 봉양했다. 다 떨어진 옷과 헐어빠진 신발로 시장을 왕래했다. 당시 사람들이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다.

평강왕의 딸 아이가 울기를 잘하므로 왕이 장난삼아 말했다.
“너는 늘 울기만해서 내 귀를 시끄럽게 하니, 자라거든 사대부의 처가 되지 못하게 하고 꼭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

왕이 늘 이런 말을 했다. 딸이 열 여섯살이 되자 상부 고씨(高氏)에게 시집 보내려 하니, 공주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반드시 바보 온달의 아내가 되리라’고 하셨는데, 이제 어째서 전에 하던 말씀을 고치십니까? 예사 사나이도 식언은 하지 않으려는데 하물며 지존이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임금은 희언(戱言)이 없다’ 하옵니다. 지금 대왕께서 명하시는 것은 잘못이니 저는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왕은 노해서 말했다.
“너는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니 내 딸이 아니다. 어찌 같이 살겠느냐. 네 좋은대로 하라.”

그래서 공주는 패물 수십개를 팔에 차고 궁에서 나가 홀로 갔다.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온달의 집을 물었다. 그래서 그 집에 갔다. 눈 멀고 늙은 어머니를 보고서 가까이 가 절하고 아들 있는 곳을 물으니 어머니가 대답했다.

“우리 아들은 가난하고 더러워 귀인이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대의 냄새를 맡으니 향내가 이상하고, 그대의 손을 만지니 부드럽기가 솜과 같습니다. 천하의 귀인임에 틀림없는데, 누구의 꼬임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리 아들은 주림을 참지 못해 느티나무 껍질을 벗기러 산 속 숲에 가더니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공주가 집을 나가 산 밑에 이르러 느티나무 껍질을 지고 오는 온달을 보았다. 공주가 온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했더니 온달은 성내며 말했다.
“이것은 어린 여자의 행동이 아니다. 반드시 사람이 아니고 여우귀신이겠다. 나를 괴롭히지 말아라.”

그리고는 가면서 돌아보지 않았다. 공주는 홀로 귀가해서 사립문 아래에서 자고 이틑날 나시 들어가 모자에게 자세한 말을 했다. 온달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머니가 말했다.
“내 자식은 너무 더러워 귀인의 배필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 귀인이 거처하기에는 적당하지 못합니다.”

공주가 대답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한 말의 곡식도 방아 짷을 수 있고, 한 자의 베라도 마름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맞으면 그만이지, 어찌 반드시 부귀해야만 함께 살겠습니까?”

이에 팔지를 팔아 밭, 집, 노비, 소, 말을 사고 살림살이를 다 갖추었다. 처음으로 말을 살 때 공주가 온달에게 말했다.
“조심하셔서 장사하는 사람의 말은 사지 말고, 나라 말이 병들고 여위어서 내보낸 것만 가려서 나중에 바꾸도록 하십시오.”

온달은 그 말대로 했다. 공주가 열심히 먹이니 말이 날로 살찌고 장대해졌다.

고구려에는 늘 봄날 3월 3일에 낙랑의 언덕에 모여 사냥하고, 잡은 돼지나 사슴으로 하늘과 산천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풍속이 있었다. 그날이 되자, 왕은 나서서 사냥을 하고, 여러 신하와 5부의 병사가 다 따랐다.

그때 온달이 기른 말을 타고 따랐다. 온달은 항상 다른 사람보다 앞서 말을 달리고, 잡은 것이 또한 많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왕이 불러 그 성명을 묻고 놀라고 이상스럽게 여겼다.

때마침 후주의 무제(武帝)가 군사를 일으켜 요동을 쳤다. 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맞아 싸웠다. 배산의 들에서 온달이 선봉이 되어 날래게 싸워 적 수십 명을 목 베니, 모든 군사가 승세를 타고 들이쳐 크게 이겼다. 공을 논하자 온달이 제일이라고 하지 않는자가 없었다. 왕이 기뻐하고 감탄해 말했다.
“이 사람이 내 사위로구나!”

예를 갖추어 맞이해 대형의 벼슬을 내렸다. 이로 말미암아 은총과 영화가 더욱 거룩하고, 위엄과 권세가 날로 성했다. 양강왕이 즉위하자 온달이 아뢰었다.
“신라가 우리 한강 북쪽 땅을 잘라서 군현을 만드니 백성이 통한하고 부모의 나라를 잊지 못해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제가 어리석고 못났다 하지 마시고 군사를 주시면, 한 번 나가서 우리 땅을 반드시 찾겠습니다.”

왕이 허락했다. 떠나면서 맹세했다.
“계립현과 중령 서쪽이 우리에게 귀속되지 못하게 하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드디어 떠나가 신라군과 아차성 아래에서 싸우다가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 엎드려 죽었다. 장례를 지내려 하니 관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주가 가서 관을 어루만지면서
“생사는 이미 결정이 났으니 돌아가세요!” 라고 하니 관이 드디어 들려서 장사지냈다.

대왕이 듣고 크게 통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