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의 전설과 설화를 찾아/2011년 7월>

여우 고개

이설화는 주로 지사(地師)의 내력담으로 비교적 전국적인 전승을 보이는 유형이다. 여우의 희롱으로 알지 못할 병에 걸린 한 여우의 구슬을 빼았아 삼켜 결국은 지리에 통달하는 신이한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수록한 것은 그 여우가 죽었던 고개의 지명 유래와 결부된 각편이다.

 

이전에요, 이전에는 그 여우고개가 아니구 그냥 고개라구 그래요. 그런데 이 부락에 한 다섯이나 여섯 살 된 아이가 있는데, 자 우두 아시요? 춘천시에 우두동, 우두동에 지금에는 학교지만 그 땐 한문 서당이 있었어요. 서당에 인제 공부를 하러 다니는데 , 이 아이가 밥두 잘 먹고 공부도 잘하고 몸두 건강한 아인데 그 서당엘 한 삼년 댕기고 나니깐 꼬지꼬지 말르고 핏기가 없어요. 얼굴이, 그러니깐 즈 어머니가 그 이상하거든요.

“너 그래 어데가 아프냐, 어데가 아프냐?” 해도
“아무데도 아픈 데는 없다”고
“그런 너 얼굴에 핏기가 없느냐?” 그러니깐
“글쎄, 그건 모르겠아요. 건 뭐. . . “

그런데 나중엔 그 아이가 핏기만 없는 것이 아니라 저런 나무토막이나 돌멩이에 종이 백지를 발른 거나 한가지야, 해사해지거든요. 그러니깐 제 어머니가 보게에 안되겠으니깐 우두동 선생님한테 쫒아갔단 말이에요.

“저 우리 애는 이 서당엘 못보내겠습니다.” 선생님힌테 그러니깐
“왜 그러느냐?” 그래서
“선생님이 보시다시피 얘가 지금 아주 핏갈이 없어지고 물으면 사실은 아무일이 없다는데 이러니, 여기 댕기게 된 뒤로 이러니깐 인제 공부를 그만 두고 안 보내겠다.” 이러니깐 그 선생님이,
“내가 보기에도 개가 그런데, 갤 여기 이, 다 여러 아이들을 보내고 걔 하나님 여기 불러 앉혀놓고서 내가 물어 볼 테니까 어머니두 듣고 가시오.” 그러는 거야. 그래서 여러 아이들을 다 보내고선,

“넌 , 여기 나가 놀아라.” 하고선 개를 불러가지고선,
“니가 여기 댕기면서 필경 무슨 곡절이 있어, 니가 얼굴에 핏갈두 없구 너 며칠 안있으면 쓰러져 죽을 판이야. 선생님한테는 기타없이 얘기해야 되고 또 선생님 아니고 너 어머니야. 그러니깐 기탄없이 얘기해라.”

그러니깐 이 아이가 말하는데,
“참 재미 있는 일이 있어유.” 이러거든, 그래 거기 귀가 번쩍 띄여서,
“재미 있는 일이 뭐냐?” 그러니깐

“저 고개를 아침에 올 적엔 아무것두 없구 저녁에 갈 적에만 아주 얼굴이 달덩이 같은 처녀가 나와서 놀다가 가라고 손목을 잡아 당긴다. 그런니 내 나이가 열다섯 살, 여섯 살이 되었는데 그런 어여쁜 처녀가 나와 손목을 끄는데 안 따라갈 수가 없다.”고

따라가면 별 장난이 아니고 귀를 붙들고 입을 맞춘다 그거야. 귀를 붙들고 입을 맞추는데 그 처녀 입에 한쪽은 빨갛고 한쪽은 하얀 구슬을 물었더라 이거에요.

“구슬을 내 입에다 넣었다가서 또 내가 뱉으면 제 입에 넣고 이렇게 하는 것이 약 한식경-예전에 한식경이면 지금으로 치면 두 시간 폭이에요- 한식경 폭이나 인제, 내 입에 넣었다가 제 입에 넣었다가 이래 하다가서 이 처녀가 결국은 제 입에 넣고선, 이제 많이 놀았으니 가라고 그러면 그래서 집에 가곤 하는데 그 재밌는 일 그 일 뿐이지, 뮈 내 몸 아픈 일 없고 아무 일 없습니다.” 이렇게 얘길해. 가만히 선생님이 생각해 보깐 그 필연곡절(必然 曲折) 이상한 일이거든.

“그럼, 오늘이고 내일이고 그 처녀가 또 어떻게 놀 적에, 그 입에 어떻게 한쪽은 빨갛고 한쪽은 하얀 고슬을 너 입에다 넣어 주거든 그걸 또 뱉아서 그 처녀 입에다 넣지 말고? 꿀떡 삼켜라. 꿀떡 삼켜서 벌떡 자빠져서 하늘을 처다봐라. 하늘을 쳐다보고 또 푹 엎어져서 땅으로 내려다봐라.” 이랬담 말이야. 그러니깐 이아이가 시킨 대로 아닌게 아니라 인제 저녁에 가는데 그 어여쁜 처녀가 나와서

“아 너 인제 오니? 놀다 가거라.”

인제 이러고 델고 들어가서 역시 그 구슬을 입에서 내물리고, 내물리고 이러난 광경을 하거든. 그래 선생님이 시킨대로 이 아이가 구슬을 제 입에 넣을 적에 꿀떡 샘켰다 그 말이에요. 꿀떡 삼키니까 그 처녀가 뱉아라고 어떻게 옆구리를 간질르는지 하늘을 못 쳐다보고 땅만 드려다 봤대요. 고만 간질리니까, 그 땅만 내려다 보고서, 고만 그 내려다 보고선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만, 뺏기지 않을려고, 인제 뱃속에 들어간 구실을 뺏기지 읺을 작정으로 폭 엎어져 있으니까 이 색씨가 껑충 뛰면서 깽깽하고 쓰러지거든. 보니깐 색씨가 아니고 큰 여우더랍니다. 그래 여우가 구실을 뺏기고서 그만, 색씨가 구실을 뺏기고선 여우가 되더라 이거요. 그래 고만 쓰러져서 죽거든. 고만.

“아하, 니가 처녀가 이니고 이런 짐승이구나.” 하고선 그 구실을 먹고선 집으로 갔지. 이제, 집에 가서 그래 뭐 어떻게 해본대도 없고, 집에 가서 어머니보고도 그런 얘기를 하고 , 그런 말을 선생님한테도 얘기를 하니깐,

“그래, 이 자식아. 암만 간지러워도 먼저 하늘을 보라고 그랬는데 왜 땅을 봤니?”
“하늘을 볼라는데 어떻게 간질르는지 아 뭐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고 엎어져서 땅 밖에 못 봤습니다.” 그러니께,
‘너는 앞으로 땅을 열 질을.

열 질이라면, 지금 이 목척으로다 한 육십 척 되는 곳이에요. 한 육 십척이니까 지금으로 한 삼십 메타 들여다보는 그런 지릴 알게 돼. 하늘을 먼저 봤으면 천문박사가 되고 지리박사가 되는데.

“너, 이 자식. 너 하늘을 안 보고 땅을 봐서. . . . .”

그런데 그 아이가 커가주구 그렇게 지릴(地理) 잘 다려꿰었대요(속속들이 잘 알다).” 그런데 그 아이 이름을 내가 잊어버렸어요. 네. 그래서 그 고개가 지금도 여우고개에요. 그게, 그래서 여우고개랍니다.

< 한국문학총서 3 서대석 편 구비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