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의 전설과 설화를 찾아-에밀레 종>

에밀레 종

이 설화는 이름난 종(鐘)을 증거물로 하여 지역적으로 전승되는 설화이다. 그 중 널리 알려진 것이 봉덕사의 종, 즉 성덕대왕 신종(聖德大王 神鐘)과 관련된 전설이다. 순결한 어린아이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스러운 종이 온전히 만들어지고 잘 울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인신공희담(人身供犧談)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에밀레’ 하고 우는 듯한 종소리에 전설적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 것도 이 설화의 특징이다.

옛날에 한 마을에 한 여자가 늦게사 아들 하나 놓아가주고서 키왔는데 만득(晩得)에 낳아서 닷 살을 북었는지 살림은 간구(艱苟)해서 아바이는 어디 일하러 가고 없었다. 오마이가 베를 짜다가 얼라가 가까이 가면 데리고 누버가꼬 재우기도 하고 아이를 앉쳐 놓고 어루만지면서 등게 등게 얼러얼리고 있는데 밖에 한 도사가 와가지구서 “마누래임 동냥 좀 주소” 하니께

“아이고 우리 집에는 동냥 줄께 아무것도 없는데 머얼 주꼬, 머얼 주꼬, 아무것도 줄께 없어, 우리 동젝(어린아이)이나 줄까?”
그랬거덩. 그랬더니

“예에, 받았십니다아”
하고는 도사가 갔단 말이지. 갔는데 고때에 이 아이의 맑은 혼을 빼가지고 갔단 말이지. 그래 갔는데 그 중이 동냥을 다니면서 동냥을 해가지고선 인경(종)을 만들었는데 두 쪽으로 만들어 가지고 그것을 합쳐서 종을 만들려니까 그게 안돼. 그날 밤 꿈을 꾸니깨 천상도사가 내려와서, 네가 이 인경을 만들었는데 합해지지 않으니까 봉덕이라는 아이를 잡아다 합해야 된다. 이러거덩. 잠을 깨니까 꿈이라. 하 이 큰일났다. 그 봉덕이를 잡아 넣어야 인경이 합한다니카 봉덕이를 죽여야 겠구나.

경주 감사를 시켜서 인경이 합이 안 되니께 봉덕이를 데려다 인경 합하는데 넣기로 했다 이거야. 그래서 오마니를 찾아가서 인경 합하는 이야기를 하고 생전 묵고 살 보물을 줄팅게 봉덕이를 달라고 했제. 이 여자는 그 말로 듣고 이 아이를 언제 키워갔고 생전 먹고 살 거를 벌겟노. 이 아를 주면 생전 묵고 살걸 준다카이 더 뺄 것도 없다 싶어서 줬다. 그래서 이 아이를 가져가서 인경에다 넣고 합하니 인경이 딱 붙는기라. 딱 붙으니 됐다 하고 달려고 하니 너무 무거워서 달 수가 없었다. 달 수가 없어서 못하고 있는데 유금이는 아이가 할매 등에 업혀 지나가다가 보고는

“아이고 할매, 저거를 역군을 시켜 달락카면 천하 없는 장사라도 몬한다. 밑에다가 기다란 장대를 고아 놓고 밑을 석 자만 파면 종이 그냥 들릴텐데 그냥 들어 오릴락 하면 안됩니다, 할매요” 이라커던. 그래서 이 아이 말을 듣고 밑을 석자를 파니 인경이 뎅겅 들린기라. 들어서 매달고 방추(方錐)로 때렸는데 소리가 안 나.

그날 밤에 꿈에 하늘에서 도사가 나와 갖고 인경 밑을 파라카던 아이, 유금이란 아이의 피를 흘려서 인경에 발라 줘야 봉덕 아이와 한 짝이 돼서 소리가 난다. 그라니 유금이럴 잠아넣어야 한다, 이러는기라. 그래서 유금이라카던 아를 사다가 발목댕이로 인경을 파악 때리니께 터져 자빠져서 피가 인경에 와르르 붙으면서 인경이 어어엉 이밀레 이밀레에 유금이 랑거덩, 어미 때문에 그리됐다고 그러는 기라. 지금에도 저 인경이 에밀레 에밀레 에밀레 칸서 끝에 가서는 유금이 칸답니다.

<서대석 편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