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의 전설과 설화/2011년 10월>

거북과 토끼

예전에 동해 용왕의 딸이 심장에 병이 들었다. 의원이 말하기를 토끼의 간을 얻어 약에다 합쳐야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바다에는 토끼가 없어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거북 한 마리가 용왕에게 말했다.

“제가 그것을 능히 얻겠습니다.”

거북이가 마침내 육지에 올라 토끼를 보고 말했다.

“바다 가운데 한 섬이 있는데, 샘이 맑고, 돌이 깨끗하고, 숲이 우거지고, 과일이 좋으며, 추위도 더위도 오지 않는다. 매나 독수리가 침법하지 못한다. 거기에 가면 편안히 지내고 근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토끼를 등에 태우고 2,3리나 헤엄쳐 갔을 때, 토끼를 돌아보고 말했다.

“지금 용왕의 따님이 아파서 모름지기 토끼의 간으로 약을 해야 하겠기에, 수고를 꺼리지 않고 너를 업어 간다.”

토끼가 말했다.

“슬프다! 나는 신명(神明)의 후예라서 오장(五臟)을 능히 꺼내 빨아서는 다시 넣는데, 지난번에 마음이 어수선하길래 간을 꺼내 씻어서 바위 밑에 잠깐 넣어 두었다. 네가 하는 달콤한 말을 듣고 바로 오느라고 간이 아직 거기에 있다. 돌아가서 간을 가지고 오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러면 너는 구하는 것을 얻고, 나는 간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피차 좋은 일이 아니겠나.”

거북은 그 말을 믿고 되돌아갔다. 언덕에 오르자마자 토끼는 풀 속으로 들어가며 거북에게 말했다.

“너는 어리석구나. 간이 없이 사는 자가 어디 있겠나!”

거북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근심하면서 물러났다.

*어릴때 재미있게 들었던 이 설화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실려있는데 김춘추가 고구려게 갔다가 이 이야기를 듣고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인도나 일본에도 전해 오는 국제적인 설화이다.

원본은 김부식이 1145년에 편찬한 <삼국사기> 권 41에 수록되어 있고 본 번역본은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에서 인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