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 전설과 설화를 찾아/2011년 9월>

시골여자와 결혼한 산상왕

고구려 산상왕(山上王)이 자식이 없어 걱정하다가 주통촌이라는 마을의 미천한 여자와 관계해서 아들을 낳아 뒤를 잇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미천한 여자가 왕자를 낳았다고 한 데서 상하의 간격을 극복하려는 희망이 보이는데, 이것이 교시라는 신기한 돼지의 매개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돼지는 무속에서 신에게 바치는 동물로 신성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후가 질투를 해서 미천한 여자를 죽이고자 모해를 하는 데서는 예전에 있었던 처첩(妻妾)갈등을 볼 수 있다. (이 자료의 원문은 김부식이 1145년에 편집한 <삼국사기> 16권에 실려 있다.

12년 겨울 11월에, 제사 지내는 데 쓰는 돼지가 달아 났다. 담당자가 따라가 주통촌에까지 갔으나, 이리저리 돌아다녀 잡을 수 없었다. 나이 스무 살쯤 되는 여자가 있어 아름답고 고운 모습으로 웃으면서 그 돼지를 앞에서 잡았다. 그래서 따라가던 사람이 돼지를 받아 왔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이상스럽게 생각했다. 그 여자을 보고 싶어 , 몰래 나서서 밤에 그 여자의 집에 이르렀다. 모시는 사람을 시켜 그 집에서 왕이 온 줄 알게 했다.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왕이 집에 들어가 그 여자를 불렀다. 가까이 해 다루려고 하니, 그 여자가 말했다.

“대왕의 명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다행히 아이를 가지게 되면 버리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왕이 허락했다. 한밤중에 왕은 일어나 궁으로 돌아갔다.

13년 봄 삼월에 왕후는 왕이 주통촌의 여자와 관계한 것을 알고 질투를 해, 병사를 몰래 보내 죽이려 했다. 그 여자는 이 소식을 듣고 남자 옷을 입고 도망쳤다. 쫓는 자가 따라잡아 죽이려 하니, 그 여자가 말했다.

“너희들이 지금 나를 죽이려는 것은 왕의 명령인가? 왕후의 명령인가?”

병사들이 감히 해치지 못했다. 돌아가서 그 여자가 하던 말을 고하자 왕후가 노했다. 기어이 죽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왕이 그 소식을 듣자, 그 여자의 집에 다시 행차하고 물었다.

“네가 지금 임신을 했다는데 누구의 아이인가?”

여자가 대답했다.

“저는 평생 형제와도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성이 다른 남자를 가까이 했겠습니까? 지금 뱃속에 있는 이는 진실로 대왕께서 끼치신 몸입니다.”

왕이 위로하고 선물을 후하게 주고서, 궁으로 돌아가 왕후에게 그 사실을 알리니, 끝내 감히 죽이지 못했다.

가을 9월에 주통촌의 여자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기뻐서 말했다..

“이는 하늘이 내게 대를 이을 아들을 준 것이다.”

제사용 돼지가 달아난 일에서 비롯해 다행히 그 어미를 만났으므로, 아들 이름을 돼지를 뜻하는 교체라 했다. 그 어미를 세워 작은왕후를 삼았다. 애초에 작은 왕후의 어미가 아이를 배고 아직 해산하지 않았을 때 무당이 점을 치더니,

“반드시 왕후를 낳을 것이다.”
라고 해서 어머니가 기뻐하고, 아이가 태어나자 이름을 후녀(后女)라고 했다. 겨울 10월에 왕이 도읍을 환도(丸都)로 옮겼다.

17년 봄 정월에 교체를 세워 태자를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