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관랸 논설들/2010년 9월>

삼성신화(三姓神話)

탐라(耽羅)는 지금의 제주도요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5세기 말엽에 본토와 정치적인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 기록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어는 정도의 기간 동안 탐라가 본토와 떨어져 독자적인 발전을 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지역의 신화 내용도 본토와 달리 특이하다. 부씨(夫氏), 고씨(高氏), 양씨(梁氏) 세 성의 시조가 동시에 땅에서 솟아났다고 하는 용출(聳出) 화소(話素)를 지닌 제주도 건국신화이자 동시에 세 성의 성씨(姓氏) 시조신화이다. 1454년 양성지가 편찬한 <고려사 지리지>와 1450년 고득종의 서문이 있는 <영주지>, 그리고 1416년 정이오의 <성주고씨가전> 및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그 내용이 전한다.

옛 기록에는 이르기를, 태고 적에 사람이 없다가 세 신인(神人)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왔다(그 주산 북쪽 기슭에 구멍이 있어서 모홍이라 부르는데 바로 그곳이다) 제일 큰 사람이 양을나(梁乙那)요, 다음이 고을나(高乙那)요, 셋째가 부을나(夫乙那)이다. 세 사람은 황량한 들판으로 다니면서 사냥을 했는데, 가죽으로는 옷을 만들고 고기는 먹었다. 하루는 인을 찍어서 봉한 나무 궤짝이 떠서 동쪽 바닷가에 닿는 것을 보았다. 쫓아가서 열어 보니 그 궤짝 속에는 또 돌 함이 들어있었으며 동시에 붉은 띠에 자주색 옷을 입은 사신이 따라왔다. 돌 함을 열어보니 푸른 옷을 입은 세 처녀와 망아지, 송아지, 오곡(五穀) 씨앗이 나왔다.

그제야 그 사신이 말하기를 “나는 일본국의 사신이오. 우리 임금이 이 세 따님을 낳아 놓고말씀하시기를 ‘서해 바다 복판에 있는 묏 부리에다가 신의 아들 세 사람을 내려 보내서 나라를 이룩하려고 하나 배필이 없으니라’고 하면서 이에 나더러 세 따님을 모시고 가라고 하여 모시고 왔으니 그대들이 짝을 이루어 큰 일을 성취하시오.”라고 한 다음 갑자기 구름을 타고 갔다. 세 사람이 나이 순서에 따라 장가를 들고, 샘물이 달고 토지가 비옥한 고장으로 가서 화살을 쏘아 각기 자리를 잡았다. 양을나가 사는 고장을 첫째 도읍, 고을나가 사는 고장을 둘째 도읍, 부을나가 사는 고장을 셋째 도읍이라고 하였다. 처음으로 오곡을 심고 또 망아지와 송아지도 길러서 날로 번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