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의 전설과 신화를 찾아서/2010년 1월>

박혁거세 신화(朴赫居世 神話)

진한 땅에는 옛날 여섯 마을이 있었다. 첫째는 알천(閼川) 양산촌, 둘째재는 돌산(突山) 고허촌, 셋째는 무산(茂山) 대수촌, 넷째는 취산(鷲山) 진진촌, 다섯째는 금산(金山) 가리촌, 여섯째는 명활산(明活山) 고아촌이다.

전한(前漢) 지절(地節) 원년(元年) 임자(壬子) 3월 초하루, 육부의 조상들이 각각 젊은이들을 거느리고 알천 언덕 위에 모여서 의논하기를 “우리들에게는 위로 뭇 백성들을 다스리는 임금이 없으므로 백성이 모두 방종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니 덕이 있는 분을 찾아내다가 임금으로 삼아서 나라도 세우고 도읍을 차려야 할 것이 아니냐?” 고 하였다. 이에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아래 나정(蘿井) 옆에 번갯불 같은 이상한 기운이 땅으로 드리웠는데 흰 말 한 마리가 꿇어서 절하는 시늉을 하였다. 곧 뒤져 보니 자줏빛 나는 알 한 개가 있고 말은 사람을 보자 길게 소리를 뽑아 울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 알을 쪼개니 사내아이가 있는데 모습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놀랍고 이상해서 동천(東泉)에게 목욕을 시키었더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이 모두 춤을 추며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청명하였다.

그래서 혁거세(赫居世) 왕이라 고 이름 짓고 직위의 칭호로는 거서간(居西 干)이라 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이 다투어 가면서 치하하기를 “이제 천자가 내려 오셨은즉 마땅히 덕이 있는 왕후를 찾아내어 배필을 정해야 하겠다.”고 하였다.

이날 사랄리 알영우물에서 계룡이 나타나더니 왼쪽 옆구리로 계집아이를 낳았다.. 얼굴이 아주 고우나 입술이 닭의 주둥이와 같았는데 월성(月城) 뒷내에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킨즉 그 주둥이가 뽑혀져서 떨어졌다. 인해서 그 내를 발천(撥川)이라고 불렀다.

남산 서쪽 기슭에 궁실을 짓고 거룩한 두 아이를 받들어 길렀다. 사내는 알로 나왔으니 알은 박과 같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瓠)를 박이라고 하기 때문에 인해서 성을 박씨라고 하였으며, 여자는 자기가 난 우물 이름으로 이름을 지었다. 두 성인의 나이 13세에 이르러 오봉 원년 갑자(甲子)에는 사내가 임금으로 서면서 여자를 왕후로 삼았다. 나라 칭호를 서라벌(徐羅伐) 또는 서벌(徐伐)이라고 하고 혹은 사라(斯羅) 또는 사로(斯盧)라고도 이른다. 맨 처음 왕이 계정에서 난 까닭에 혹은 계림(鷄林)국이라고도 하니 계룡이 상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기를 탈해왕 때 김알지를 얻었는데 그때 닭이 숲 속에서 울어 이에 나라 청호를 계림이라고 고치었다가 후세에 와서 드디어 신라란 칭호로 정해 버렸다고 한다.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 만에 왕이 하늘로 올라가더니 이레 후에야 유해가 흩어져서 땅 위로 떨어졌고 왕후 역시 작고 하엿다. 나라 사람들이 합해서 장사를 지내려고 하였더니 큰 뱀이 쫓아다니면서 금하므로 다섯 부분을 다 각각 장사 지내어 다섯 능으로 되었다. 또 사능(蛇陵)이라고 부르니 담엄사 뒤의 왕릉이 바로 그것이다. 태자 남해(南解)왕이 왕위를 계승하였다.  

한 국가와 한 씨족의 시조 신화로서 박혁거세와 그의 비 알영 부인의 출생, 성장, 타계의 과정이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이 전하여 오는바 여기에 소개하는 것은 삼국유사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