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의 신화를 찾아서/2010년 3월>

김수로 신화(金首露 神話)

가야국의 시조인 김수로에 관한 신화이다. 그의 신기한 출생과 성장, 즉위를 거쳐 허 황후를 왕비로 맞이하는 ‘출생-결혼형’ 신화이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본 내용이 전한다.

천지가 개벽한 후 이 지역에는 아직 나라 이름도 없고 왕과 신하의 칭호도 없었다. 그래도 구간(九干)이 있어 이들 수장들이 대개 1백호에 7만 5천명의 백성들을 통솔하였다. 대부분은 스스로 산과 들에 살면서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었다.

후한 세조 광무제의 건무 18년 임인 3월 계욕일에 북쪽 구지(龜旨)에서 이상한 소리와 기운이 뭇사람들을 불러 2,3백 명이 그곳으로 모였다. 마치 사람의 소리와 같은데 형체는 숨기고 소리만 내어 말하기를 “여기에 누가 있는가?” 하니 구간들이 이르기를 “우리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내가 있는 곳이 어디냐?” 하니 “구지입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또 말하기를 하늘이 나에게 명하시기를 이곳에 나라를 새로 세워 임금이 되라 하셨다. 이런 연유로 내려온 것이다. 너희들은 이 산꼭대기를 파고 흙을 집으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잡아서 구어 먹으리”라고 노래하면서 춤을 추어라. 즉 이는 대왕을 맞이하여 매우 기뻐서 뛰는 것이니라” 구간들은 그 말을 따라 즐거워하고 노래 부르며 춤추다가 얼마 후에 우러러 보니 자줏빛 줄이 하늘에서 드리워져 땅에 닿았다. 줄 아래를 살펴보니 불은 보자기에 쌓인 금합(金盒)이 있어 열어 보니 황금알 6개가 있었는데 마치 해처럼 둥글었다. 뭇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기뻐하며 더불어 백배(百拜)를 올렸다. 곧 다시 싸서 들고 아도간의 집으로 돌아와 탁자 위에 놓아두고 뭇사람들은 모두 흩어져 돌아갔다.

하루를 지난 그 이튿날 아침 여러 사람이 다시 모여 함을 열어 보니 알 여섯이 모두 화하여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는데 용모가 매우 훌륭했다. 이에 상 위에 앉히고 여러 사람들이 모두 하례하면서 지극히 공경하였다. 나날이 자라서 십여 일이 지나니 키가 9척이나 되어 은나라의 천을과 같았고 용 같은 얼굴은 한나라 고조와 같았으며 눈썹이 팔채(八彩)임은 당나라 요임금과 같고 눈이 중동(重瞳)인 것은 우나라 순임금과 같았다.

그 달 보름에 왕위에 올랐는데 세상에 맨 처음 나타났다고 하여 휘(諱)하여 수로(首露), 혹은 수릉(首陵)이라고 했다. 나라는 대가락(大駕洛)이라 하고 또 가야국(伽倻國)이라고도 했으니 곧 유가야 중의 하난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다섯 가야국의 임금이 되었다. 동쪽은 황산강, 서남쪽은 창해, 서북쪽은 지리산, 동북쪽은 가야산으로써 경계를 삼았고 남쪽이 나라의 끝을 삼았다. 임시 궁궐을 짓게 하고 거처했는데 오직 질박하고 검소하여 집의 이엉을 자르지 않고 흙으로 석 자 높이의 계단을 만들었다.

2년 계묘 봄 정월에 왕이 말했다. “내가 도읍을 정하려 한다” 임시 궁궐의 남쪽 신답평으로 가서 산악을 바라보고 나서 옆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 땅이 여뀌잎처럼 협소하지만 열여섯 나한(羅漢)이 살만한 곳이다. 더구나 하나가 셋을 이루고 셋이 일곱을 이루므로 칠성(七星)이 거처하기에도 이곳이 적합하니 이 땅에 근거하여 강토를 개척하는 것이 중국에도 좋을 것이다.” 이에 1천 5백 걸음의 둘레로 된 성과 궁궐의 전각 및 여러 관청의 청사와 무기고와 창고를 지을 만한 장소를 마련해 놓고 궁궐로 돌아 왔다. 널리 나라안의 장정과 인부, 공장(工匠)들을 불러모아 그 달 20일에 성부터 시작하여 3월 10일에 이르러 역사가 끝났다. 궁궐과 옥사(屋舍)는 농한기를 틈타 지었으므로 그 해 10월에 시작하여 갑진년 2월에야 완성되었다. 좋은 날을 가려 새 궁궐로 옮겨가서 만기(萬機)를 살피고 서무(庶務)에도 부지런 하였다.

왕비 허황옥 설화

건무 24년 무신 7월 27일 구간 등이 조회를 올리면서 말하기를 “대왕께서 강림한 후로 훌륭한 배필을 못 얻었사오니 청컨대 신 등이 살고 있는 곳의 처녀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궁궐로 뽑아 들여 배필로 삼아 주십시오.” 라고 하자 왕은 “내가 이곳에 내려 온 것은 하늘의 명령이요 나와 짝을 이루어 왕후가 되는 것도 하늘의 명령이니 경들은 염려하지 말라.”고 하였다.

드디어 유천간에게 명하여 가벼운 배를 젓고 준마를 몰아 망산도(望山島)에 가서 서서 기다리게 하고 또 신귀간에게 명하여 승점(乘岾)(망산도는 서울 남쪽의 섬이요 승점은 완화국이다)으로 가게 했다. 홀연히 바다 서남쪽으로부터 붉은 돛을 달고 붉은 깃발을 세운 배가 북으로 향해 오고 있었다. 유천간 등이 섬 위에서 먼저 횃불을 드니 다투어 건너서 육지에 내려 달려왔다. 신귀간이 바라보고 대궐로 달려와 보고했다. 왕이 듣고 기뻐하며 곧 구간 등을 보내어 찬란하게 장식한 배로써 맞이하여 곧 궁궐로 모시고 들어가려 하자 왕후가 말하기를 “내가 그대들을 처음 보는데 어찌 가벼이 따라갈 수 있겠는가?” 하였다. 유천간 등이 돌아와 왕후의 말을 보고하자 왕이 옳게 여겨 유사를 거느리고 행차하여 궁궐 아래로부터 서남쪽으로 육십 걸음 되는 산기슭에 장막으로 궁전을 설치하고 기다렸다. 왕후는 산 밖의 별포(別逋) 나루터에 배를 매고 육지로 올라와 높은 언덕에서 쉬면서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 선물로 삼아 산령에게 보내었다. 저쪽 지역에서 시종해온 잉신 두 명의 이름이 신보(申輔), 조광(趙匡)이요 그들의; 아내 두 사람은 모정(慕貞), 모량(募浪)이라 했다. 또 노비까지 합하면 20여명이요, 가지고 온 금수(錦繡)와 능라(綾羅), 의상(衣裳), 필단(疋緞), 금은(金銀), 주옥(珠玉), 경구의 장신구 등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었다.

왕후가 왕 있는 곳으로 다가오자 왕이 나와 맞아서 같이 장막 속으로 들어오니 후행 온 신하 이하 뭇사람이 섬돌 아래 나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곧 물러 나왔다.

왕이 관리를 명해서 후행 온 신하 내외를 데리고 가게 하면서 말하기를 “매 사람을 제각기 딴 방에서 쉬게 하고 그 이하의 남녀 하인은 한 방에 오륙 명씩 쉬게 하라”고 하였다. 희한한 음식을 대접하고 사치스러운 이부자리에서 재웠으며 의복, 피륙, 보물과 같은 것은 군정들을 뽑아 모아서 지키게 하였다.

그제야 왕이 왕후와 함께 지밀에 앉으니 조용히 왕에게 말하기를 “나는 아유타국의 공주다. 성은 허(許)요. 이름은 황옥(黃玉)이요 나이는 열 여섯이다. 본국에 있을 때 금년 5월 중에 아버지 되는 왕이 황후와 함께 나를 돌아보면서 하는 말씀이 ‘아버지, 어머니가 어제 꿈에 똑같이 하늘에 있는 상제를 뵈었는데 상제가 이르기를 가락국의 으뜸 임금인 수로는 하늘에서 내려 보내서 임금 자리에 앉힌 사람으로 신령스럽고 거룩하기가 그저 그만이지만 새로 나라를 세우느라고 아직 배필을 정하지 못하였으니 그대들이 꼭 공주를 보내서 짝을 이루게 하라고 하고 말을 마치자 하늘로 올라갔다. 꿈을 깨고 나서도 상제의 말소리가 여전히 귀에 쟁쟁하다. 이렇고 보니 네가 속히 부모를 떠나서 그리고 향해 가거라.’고 하였다. 내가 배를 타고 멀리 증조를 찾고 하늘로 가서 반도를 찾아 이제 모양을 가다듬고 감히 용안(龍顔)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왕이 대답하기를 “나는 천생이 약간 비범해서 공주가 멀리서 오리라는 것을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래 신하들이 왕비를 맞아들이라고 청하는 것도 듣지 않았다. 이제 현숙한 사람이 자기 발로 찾아왔으니 나로서는 다행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드디어 동침하여 이틀 밤을 치르고 하루 낮을 지냈다. 이에 타고 온 배를 돌려보냈는바 격군, 사공 합해서 15명에게 각각 양식 쌀 열 섬과 피륙 서른 필을 주어서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8월 초하룻날 본궁으로 돌아왔는데 왕과 왕후가 한 편에 타고 신하들 내외도 말고삐를 나란히 해서 왔다. 가지고 온 가지각색의 외국 물건도 모두 실어가지고 천천히 왕궁으로 오니 그때의 시각은 바로 정오였다. 왕후는 내전에서 거처하고 후행 온 신하 내외와 그 식구들은 왕의 명령으로 빈 방들을 내서 갈라 들게 하고 그 나머지 따라온 사람들은 20여 칸 한 채로 되는 객실에다가 사람 수를 맞추어서 나누어 넣은 다음 날마다 풍족하게 지내게 하였다.실어 온 진귀한 물건들은 왕궁 창고에 보관해 두고 왕후의 재산으로 삼았다.`

(중략) . . .나라를 다스리고 집안을 정돈하고 백성들을 자식같이 사랑하니 명령이 엄숙지 않으나 위엄있고 정사가 엄하지 않으나 이치에 맞게 다스려졌다. 하물며 왕후와 함께 산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이는 비유해 말한다면 하늘에 대해서 땅이 있고 해에 대해서 달이 있고 양(陽)에 대해서 음(陰)이 있는 격이며, 그 공(功)은 도산(淘山)이 하(夏)를 돕고 당원(唐媛)이 교씨(嬌氏)를 일으킨 것과 같다.(도산씨의 딸이 夏나라 우왕에게로 시집가서 우왕을 도왔다는 내용에서 나왔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2>에 수록된 내용을 번역한 것임